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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자동차 레이스를 시작했을 뿐 아니라 F1 팀과 드라이버도 많이 낳은 레이스 강국이다. 하지만 정작 BRP 시리즈가 시작되었을 때 독일, 이태리, 영국 자동차와 겨룰 만한 수퍼카가 없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바로 벤추리로, 자국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BRP은 물론 르망에도 도전했다. 

벤추리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84년. 벤추리 쿠페를 시작으로 200과 260LM 아틀란틱, 400 트로피, 300 비터보 등 지금까지 700여 대의 미드십 스포츠카를 생산해 왔다. 르망 도전을 위한 GT 경주차 500LM와 600LM, 600SLM을 만들었고 90년대 초에는 라루스 팀과 손잡고 F1에 진출하기도 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 벤추리를 지난해 모나코 출신의 사업가 질도 팔랑카 파스토르가 인수했다. 

페티시(fetish)는 ‘미신 혹은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대상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요즘에는 여성의 각선미나 목덜미 등 신체 일부분에서 성적 흥분을 얻는, 약간은 변태적인 성향을 가리킬 때 많이 쓰인다. 그런데 왜 굳이 페티시일까. 이 차의 보디 라인을 살펴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두드러진 앞뒤 펜더 라인은 여성의 풍만한 가슴과 골반을, 차체 중간 부분은 영락없이 잘록한 허리를 연상시킨다. 관능적인 여체의 라인을 자동차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알루미늄 프레임이 그대로 드러난 인테리어는 단순함 그 자체다. 모터사이클처럼 계기들을 스티어링 칼럼 위에 모았고 스위치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빨간색 버켓 시트가 화려함을 더하고 포켓 컴퓨터가 내비게이션을 겸한다. 25W의 4채널 앰프와 스피커도 달려 있다. 

벤추리는 페티시를 GTL(Grand Tourisme Light)이라고 소개한다. 경량화를 통해 스포츠카의 본질로 되돌아가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알루미늄 합금을 용접해 만든 프레임에 컴포지트 보디를 얹고 양쪽 걸윙 도어는 카본으로 만들어 무게를 850kg으로 낮췄다. 차체 경량화 덕분에 르노의 직렬 4기통 2.0X 180마력 엔진을 얹고도 최고시속 225km, 0→시속 100km 가속 6초의 성능과 순발력을 자랑하게 되었다. 850kg의 몸무게와 미드십, 4기통 엔진이라는 구성은 초대 벤추리인 쿠페와 같다. 

모나코 태생의 새 주인을 맞았지만 벤추리는 여전히 프랑스 차임을 주장하고 있다. 파란색의 아름다운 보디 라인과 르노에서 가져온 심장 역시 이를 증명한다.